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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회식장에서 펼쳐진 치명적 삼각관계 #7

회식장에서 펼쳐진 치명적 삼각관계 #7

 

"자, 이제 카메라 쪽으로 살짝만 고개를 돌려주세요. 네, 그렇게요. 완벽합니다!"

대형 스튜디오에 민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카이의 'New Generation' 채용 캠페인 촬영이 한창이었다. 
민지는 인플루언서로서의 경험을 살려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
카메라 앞에 선 젊은 직원들은 민지의 지시에 따라 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새롭게 입사한 스카이의 실제 직원들이었고, 
이번 캠페인은 '진짜 직원들의 진짜 이야기'를 콘셉트로 잡았다.

"컷! 완벽해요. 오늘 마지막 장면이네요."

민지는 모니터를 확인하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뒤에서 주호와 서연이 결과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데요."

서연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놀라움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처음에 민지의 연출 능력을 의심했지만,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당연하죠. 미니민지는 이 분야 전문가니까요."

주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서연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스태프들이 장비를 정리하기 시작할 때, 서연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우리 다 같이 회식하는 게 어떨까요?"

모두의 시선이 서연에게 집중되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강남에 아는 좋은 곳이 있어요. VIP룸도 예약해 놨고요. 민지씨도 당연히 함께하셔야죠?"

주호와 민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민지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서려 있었지만, 그녀는 곧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당연히 함께 가야죠. 고마워요, 서연씨."

스태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긴 촬영 끝의 회식은 언제나 환영받는 법이었다.
두 시간 후, 강남의 고급 한정식 레스토랑. 
넓은 VIP룸에는 스카이 마케팅팀, 인사팀, 촬영팀 스태프 등 약 20명이 둘러앉았다. 
화려한 음식이 테이블 위에 가득했고, 술잔이 오가기 시작했다.

"민지씨, 정말 대단하세요. 인플루언서인 줄만 알았는데, 연출 실력도 프로페셔널하시네요."

스카이 마케팅 팀원이 민지에게 술잔을 권했다. 
민지는 겸손하게 미소 지었다.

"과찬이세요. 좋은 팀원들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서연은 테이블 맞은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민지 옆으로 이동했다.

"민지씨, 한 잔 할까요?"

민지는 살짝 긴장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네, 좋아요."

두 여성이 술잔을 부딪치는 순간, 테이블 주변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그들의 상호작용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민지씨,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의심했어요. 인플루언서가 이런 기업 프로젝트를 잘 할 수 있을까..."

서연의 목소리에 약간의 알코올 기운이 묻어났다. 
그녀의 볼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정말 놀랐어요. 민지씨는... 정말 달라졌어요."

서연의 말에 미묘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민지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죠. 서연씨도 많이 성장하셨고요."

그때 서연이 민지의 귀에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오늘 밤 주호랑, 단둘이서 저녁 먹기로 했었는데... 민지씨 때문에 취소했어요. 알고 있었어요?"

민지의 눈이 커졌다. 주호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서연은 살짝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 순간, 주호가 민지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아? 얼굴이 안 좋아 보여."

민지는 미소 지었다.

"아니야,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주호는 안심한 듯 미소 지었지만, 민지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심의 씨앗이 자라기 시작했다. 
서연의 말이 사실일까? 주호가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일이 있을까?
회식이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민지는 자연스럽게 웃고 대화에 참여했지만, 
그녀의 눈은 자꾸만 주호와 서연 사이를 오갔다. 서연의 얼굴에는 승리한 듯한, 작은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두 시간이 지나고, 테이블 위에는 비워진 소주병과 맥주병이 늘어갔다. 
사람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대화 소리는 점점 커졌다. 
몇몇 스태프들은 노래방 기계를 가져오자고 떠들었다.

"민지씨, 한 곡 불러주세요! 인플루언서는 노래도 잘하시겠죠?"

마케팅 팀의 젊은 직원이 외쳤다. 민지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모두가 민지를 향해 "노래! 노래!" 하고 외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그럼요! 민지씨는 노래 엄청 잘해요."

갑자기 서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서연의 볼은 술기운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빛은 평소보다 더 날카로웠다.

"민지씨는 술도 엄청 잘 마시고, 노래도 진짜 잘한다면서요? 접대하는 데는 여왕이라던데... 맞나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회식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접대'라는 단어가 공기 중에 무겁게 걸려 있었다.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호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서연을 바라보았다.
민지는 천천히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6년 전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무너졌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민지는 달랐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연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했다. 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요, 서연씨. 저 노래 정말 잘해요."

그리고는 노래방 기계를 향해 걸어갔다. 모두가 얼어붙은 상태에서 민지는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리모컨으로 곡을 선택했다.

에일리의 '보여줄게'가 흘러나왔다. 민지는 눈을 감은 채 천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민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강하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마치 프로페셔널 가수처럼 노래를 이어갔다. 
후렴구에 이르자 민지는 눈을 뜨고 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노래했다.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처음의 당혹감과 어색함은 경외감으로 바뀌어갔다. 
모두가 민지의 노래에 매료되었다. 서연의 얼굴에서는 승리의 미소가 사라지고,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노래가 끝나자 방 안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스태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민지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서연을 향해 걸어갔다.

"서연씨, 맞아요. 전 과거에 그런 적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때의 '세라'가 아니에요. 
사람은 누구나 과거가 있고, 상처가 있죠. 그걸 딛고 일어서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요?"

민지는 서연의 앞에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한 잔 할까요? 접대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요."

회식장에 다시 웃음소리가 흘렀다. 서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민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과거의 상처로 민지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오히려 민지가 그 상처를 당당히 인정하고 넘어선 것이다.
주호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민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회식은 예상보다 오래 이어졌다. 서연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민지의 대응으로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고, 
오히려 더 흥겹게 변했다. 
서연은 자신의 계략이 실패한 후 더 많은 술을 들이켰다. 점점 그녀의 행동은 불안정해졌고, 말투는 더 거칠어졌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민지는 주호의 귀에 속삭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민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서연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술기운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걸음걸이가 불안정했다.

"나... 나 이제 갈래... 답답해..."

서연이 갑자기 문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주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연아, 괜찮아?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사람들의 시선이 서연에게 집중되었다. 그녀는 문 앞에서 갑자기 몸을 휘청거렸다. 
주호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택시라도 불러줄게. 그 상태로 혼자 가면 위험해."

서연은 주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왜... 왜 그때는 나를 선택하지 않았어? 난 항상...주호 너만..."

그 말을 끝으로 서연은 갑자기, 마치 계획된 듯 주호의 품에 쓰러졌다. 
놀란 주호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몸을 받아내며 양팔로 감쌌다.

"서연아! 괜찮아?"

바로 그 순간, 화장실에서 돌아온 민지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서연을 양팔로 감싸 안고 있는 주호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민지야..."

주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서연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주호에게 매달렸다.

"주호야 나 집에 못 갈 것 같아... 데려다줘..."

서연의 목소리는 약하게 떨렸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도는 분명했다. 
민지는 그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읽기 어려웠다. 분노? 배신감? 아니면 체념?

"민지야, 이건 그냥... 서연이가 너무 취해서..."

주호가 말을 더듬었다. 민지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회식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게."

민지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그녀는 서연의 다른 쪽 팔을 잡아 함께 지탱했다.

"택시 불러서 데려다 주자. 이 상태론 혼자 못 갈 것 같네."

주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민지의 얼굴에는 미묘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눈빛에는 무언가 차가운 것이 있었다.
스카이 마케팅팀의 여직원이 다가와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세 사람은 서연을 부축해 회식장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서연 팀장님은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같은 동네 살거든요 ."

여직원의 제안에 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가 도착했고, 여직원이 서연을 부축해 타고 사라졌다.
주호와 민지만 남겨진 거리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주호가 민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살짝 손을 뺐다.

"민지야, 아까 그건..."

"알아. 내가 다 봤어. 서연이가 일부러 그런 거잖아."

민지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그런데 주호야,오늘 저녁에 서연이랑 둘이서 저녁 약속 있었던 거 맞아?"

주호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건... 단순히 업무 얘기를 하기로 한 거였어. 그냥 저녁 약속이 아니라..."

"업무 얘기라고? 그럼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주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불편해할까 봐... 오해할까 봐..."

"내가 지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민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블루문에서의 기억이 파편처럼 스쳐 지나갔다. 
주호와 서연이 함께 웃던 모습, 민지를 피하던 주호의 차가운 눈빛, 그리고 서연의 교묘한 계략...

"민지야,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나한테는 너밖에 없어. 서연이는 그냥..."

"괜찮아. 다 이해해."

민지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호를 바라보았다.

"오늘 피곤하네. 그냥 각자 집에 가자."

"같이 가. 내가 데려다줄게."

"아니, 혼자 갈래. 생각할 게 좀 있어."

민지는 고개를 돌려 택시를 잡았다. 주호가 그녀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민지는 재빨리 택시에 올라탔다. 
차창 너머로 걱정스러운 표정의 주호가 보였다. 민지는 아무런 표정 없이 고개를 돌렸다.